원주 치악산 걷기 좋은 길, '황장목 숲길'

2020. 8. 18. 23:41여행/국내여행

원주 치악산 걷기 좋은 길, '황장목 숲길'

 

 

 

어느 순간 누군가와 실내에서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거기에 장기간 장마까지 겹쳐 밝은 햇빛과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일 조차 쉽지가 않았다. 오랜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 치악산 '황장목 숲길'을 찾았다.

 

 

 

치악산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주차장까지 차를 끌고 들어간다. 조금 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천천히 걸어와도 나쁘진 않을텐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최대한 가까이 이동하여 치악산 '황장목 숲길'로 가기로 한다. 오랜 장마 끝에 마주한 맑은 날씨라 하루 종일 더운 날씨를 조심하라는 경고 메세지가 날라오곤 한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치악산 나무 밑 그늘에서 기대 이상의 시원한 공기를 맞닿을 수 있었다. 2,500원 입장권을 끊고 숲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황장목 숲길'로 가기 전 황장금표를 만날 수 있다. 치악산에는 총 3개의 황장금표가 있는데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바로 하나의 황장금표가 왼쪽편에 자리 잡고 있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황실에 납품하던 질 좋은 소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부터 길쭉하게 늘어선 소나무들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황장금표는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하던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즉, 일반인들의 벌목을 금지하기 위한 표시이다. 지금이야 사라진 왕조이지만 주인없는 자연에서 나오는 소나무인데 왕족들을 위해 벌목이 금지해졌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를 끌고 치악산 국립공원안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멋지지만 직접 두 발로 걷고 느끼는 치악산 숲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크고 작은 나무들과 거대한 바위들을 보며 슬슬 마음의 힐링을 얻기 시작한다.

 

 

 

'황장목 숲길'로 들어가기 전 커다란 거북과 다리가 방문객들의 발길을 반겨준다. 아쉽게도 거북이가 쏟아내는 물은 마실 수가 없다. 치악산 국립공원 내 위치한 구룡사의 전설에는 거북이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 구룡사 포스팅에서 자세히 해볼까 한다. 여튼 커다란 돌거북의 시원한 환영 인사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숲길을 걷게 된다.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 덕분인지, 그 어느때보다 치악산 계곡 물이 시원한 함성을 뿜어낸다. 거침없는 물소리와 함께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바람이 온 몸을 적혀준다. 뜨거운 햇볕 아래 자연이 제공하는 숲의 공기가 이렇게 시원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저 기분탓이겠거니 했지만 많은 물이 흘러 내려가며 치악산 깊은 곳에 자리잡은 차가운 숨결을 함께 내뿜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황장목 숲길'을 걷기 시작한다. 숲길은 구룡사까지 이어지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시원한 계곡과 함께 잘 꾸며진 데크를 따라 치악산이 제공해주는 자연의 숨결을 듬뿍 받아들이며 걸으면 된다. 뜨거운 햇살을 받아 깊은 녹색을 자랑하는 나뭇잎들이 걷는 이의 마음을 더없이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날씨가 더워진 후로는 어딘가로 떠나보지 못했다. 이날 역시 장마가 끝난 후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지만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떠나야겠다' 마음을 먹고 생각난 장소가 바로 여기 치악산 '황장목 숲길'이다. 구룡사로 향하는 이 길, 깊은 치악산의 정기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 숲길을 따라 걷고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숲속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며 펼쳐진 자연의 풍경들은, 답답하고 지쳐있던 내 마음에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나눠주었다.

 

 

 

아내와 연예하던 시절부터 여러번 찾아온 치악산인데, 이렇게 넘치게 물이 흐르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내가 어렸을 적에는 비가 오는 양과 상관없이 항상 물이 많았다고 하는데, 가끔 치악산을 찾으면 계곡에 물이 많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일까? 마침 휴일이기도 하고 긴 장마 끝에 맑은 날씨여서 계곡 하류에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운동화를 신고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양말을 벗고라도 뼛속까지 시원하게 적셔주는 계곡물을 느껴볼 걸 그랬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가며 왜 이 곳에 황장금표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나무들이 과거 조선시대부터 있던 그 나무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아마도 좋은 나무들은 이미 많이 베어졌겠지?), 치악산의 정기를 받아 자리를 잡은 나무들의 기운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둘레가 많이 두껍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는 아니지만, 그저 이 숲길을 감싸고 있는 기운만으로도 걷는 이들로 하여금 측량할 수 없는 자연의 품을 제공해 주었다. 나를 제외하고도 '황장목 숲길'을 걷는 이들의 표정을 보며 표현은 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기분으로 이 길을 걷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쭉 뻗어진 데크길을 따라가면 중간중간 계곡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만날 수 있다. 귀로 한가득 들어오는 청량한 물소리가 들려 잠시 계곡의 모습을 구경하기로 했다.

 

 

 

영상을 안찍은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으로는 이 깊고 맑은 계곡물 소리를 표현할 수 없다. 이 곳이 바로 치악산이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연신 우람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물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 물과 바위과 어우러지는 소리가 깊은 계곡 속에서 절묘한 웅장함으로 듣는 이의 기분을 북돋아준다. "이런 느낌이라면 치악산 정상까지 걸을 수 있겠는데?"라고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처음 목표했던대로 '황장목 숲길'만 따라 걷기로 한다.

 

 

 

데크길이 끝나고 어느덧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는다.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많이 질척거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걷기 좋은 길이 가지런히 뻗어있었다. 데크길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이렇게 푹신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흙길을 따라 걷는게 훨씬 좋다. 오랜만에 걷기라 몸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았지만 단 한 순간도 나쁜 느낌은 없다. 그저 이 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치악산의 맑은 정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걷다보면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군데군데 나있다.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시원한 계곡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발을 담그진 않았지만 나도 잠시 내려와 시원한 계곡물이 전해주는 기운을 느끼며 몸에 남아있는 열기까지 털어내었다. 그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넘치게 흘러 내리는 계곡물이 전해주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피로를 씻어주는 느낌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추운 겨울 조금은 황량했던 '황장목 숲길'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초록색 옷을 한가득 껴입고 내 발걸음과 마음을 반겨주었다. 1년 내내 이렇게 시원하고 포근한 치악산, 숲길을 걸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숲길의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황장목 숲길'의 마지막에 닿으면 구룡사를 만날 수 있고 좀 더 걸어가 세렴폭포를 지나 비로봉으로 향할 수 있다. '비로봉'이 치악산의 정상으로 알고 있는데 걷는 길이 꽤나 어렵다고 한다. 한 번쯤 오르고 싶은데 몸 상태도 좋지않고 준비가 안되어 있어 여기서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그저 처음의 목표였던대로 '황장목 숲길'을 걸으며 내가 기대했던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원주에 거주하시는 분들, 또는 원주 여행을 하거나 원주를 지나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이 '황장목 숲길'을 걸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그 길 끝에 닿으면 치악산 명소 '구룡사'도 둘러볼 수 있어 더없이 걷기 좋은 여행코스이다. 간만에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주었던 시간이었기에 더없이 만족스러운 순간이다.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치악산과 '황장목 숲길', 머지 않아 다시 찾아오길 다짐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원주 치악산 걷기 좋은 길, '황장목 숲길'